BTS 컴백 투어의 이면: 팬심을 볼모로 잡은 ‘바가지요금’과 ‘깜깜이 티켓팅’

BTS 컴백 투어의 이면: 팬심을 볼모로 잡은 ‘바가지요금’과 ‘깜깜이 티켓팅’

방탄소년단의 역사적인 완전체 컴백과 함께 전 세계 아미(ARMY)들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그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는 팬심을 악용한 노골적인 상업주의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다가오는 기념비적인 투어를 앞두고, 부산의 살인적인 숙박요금 폭등부터 호주 티켓마스터의 기만적인 판매 전략까지 팬들은 그야말로 ‘호갱’ 취급을 받으며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부산, 도를 넘은 숙박업계의 배짱 영업

오는 6월 12일과 13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리랑(Arirang)’ 월드투어는 그룹의 데뷔 13주년이자 오랜만의 완전체 귀환 후 열리는 첫 행사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엄청난 규모의 인파가 부산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은 굳이 통계를 빌리지 않아도 자명했다.

하지만 이 특수를 노린 지역 숙박업계의 탐욕이 축제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불만 사례 데이터를 보면, 부산 지역 숙박료는 평소 대비 무려 7.5배나 치솟았다. 심지어 기존 예약을 ‘오버부킹’이나 ‘리모델링’이라는 구차한 핑계로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같은 방을 수배의 가격에 다시 내놓는 얌체 영업까지 기승을 부렸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급기야 수요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종교 단체나 대학, 공공기관들이 나서서 팬들에게 저렴하거나 무료인 대체 숙소를 제공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한 공급 탓에 대다수의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거나 아예 타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 다음부터는 방탄소년단이 부산을 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부산이 훌륭한 관광지라는 건 알지만,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필리핀에서 온 교사 유니스(28)의 토로는 현재 팬들이 느끼는 피로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녀는 눈여겨보던 에어비앤비 숙소 가격이 10배나 뛴 것을 보고 결국 부산 입성을 포기했다. 대신 인접한 울산에 호텔을 잡고 콘서트 전날 밤을 보낸 뒤, 남은 4일의 일정은 차라리 서울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무료 콘서트가 열렸을 당시 숙박비 변동이 거의 없었던 서울과 대비되며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독일 출신의 유학생 세레나 티엘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평소 7만 7천 원이던 에어비앤비 방을 무려 46만 7천 원(미화 309달러)에 예약해야 했다. 모텔을 제외하면 부산에 남은 가장 저렴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템플스테이나 청소년 센터 등은 순식간에 동이 났고, 호텔 객실은 100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티엘은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은 이해하지만, 40만 원이나 더 받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2019년 팬미팅과 2022년 콘서트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부산시지만, 연이은 바가지 논란은 도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시 당국이 부랴부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으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호주 티켓마스터, ‘포식자’ 같은 기만적 상술

이러한 ‘팬덤 쥐어짜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대를 호주로 옮겨보면, 거대 티켓 예매처인 티켓마스터가 이른바 포식자 같은 꼼수로 원성을 사고 있다.

2027년 2월, 멜버른 마블 스타디움과 시드니 에이코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4년 만의 호주 투어를 앞두고 티켓마스터는 사전 예매 및 일반 예매 직전까지 티켓 가격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 사측은 웹사이트를 통해 “대기열(Waiting Room)이 열려야만 가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예매 진행 중에는 가격이 변동되지 않는다”고 짤막하게 공지했다.

소비자 정책 연구 센터(CPRC)의 에린 터너(Erin Turner) 대표는 이러한 티켓마스터의 전략을 “극도로 조작적이고 불공평한 처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극심한 티켓팅 경쟁이라는 고압적인 판매 구조 속에 팬들을 밀어 넣고, 정작 얼마를 내야 하는지는 결제 직전에야 통보한다는 것이다.

  • 정보의 비대칭성 악용: 팬들은 예산을 세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대기열에 진입하게 된다.

  •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공포: 현재 시스템상 팬마다 다른 가격을 청구하는 것을 막을 마땅한 규제 장치조차 없다.

결국 깜깜이 속에서 팬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예상치 못한 거액을 지불하도록 은연중에 조종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분노한 호주 팬들은 이를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로 규정하고,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에 공식적인 항의 접수를 촉구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오랜 공백기를 깬 영웅들의 귀환은 분명 전 세계적인 축제다. 하지만 그 축제로 가는 길목마다 도사리고 있는 탐욕스러운 자본의 논리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열정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금전적, 심리적 착취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팬덤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상업적 폭주가 통제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티스트의 이름값과 공연 업계 전체를 향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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