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싱글 앨범 <허그>로 풋풋하게 데뷔했던 자그마한 소년이 어느덧 16년 차 베테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솔로 앨범 <트루 컬러스> 이야기다. 지난 12일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쇼케이스 무대에 선 그는 무척이나 들떠 보였다. 첫 시작이 주는 기분 좋은 떨림이라며 씩 웃는 얼굴엔 긴장감보다는 설렘이 묻어났다. 왜 이제야 솔로 앨범을 냈냐는 질문에, 쫓기듯 내는 것보다 스스로 완벽히 준비됐을 때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노라 답하는 대목에선 특유의 뚝심도 엿보였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팔로(Follow)’를 비롯해 총 여섯 트랙으로 꽉꽉 채워졌다. 비록 프로듀서로 직접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곡 수집 단계부터 하나하나 관여하며 본인만의 다채로운 색깔과 창법을 덧입혔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건 확실히 힘이 빠진 듯하면서도 날이 서 있는 안무다. 20대의 패기로 무대를 부수듯 춤추던 그가 이제는 언제 힘을 주고 언제 빼야 하는지 아는 30대가 된 거다. 재미있는 포인트도 숨어 있다. 금속성 비트 위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제스처나 타노스의 핑거 스냅, 아이언맨의 로봇 같은 움직임 등 마블 히어로들의 동작을 슬쩍 녹여냈으니 말이다. 마이클 잭슨처럼 적어도 쉰한 살까지는 춤추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단순히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동방신기는 케이팝 가수의 해외 진출을 이끈 선구자 격이며 여전히 일본에서 돔 투어를 매진시키는 막강한 저력을 과시한다. 그 원동력을 묻는 말에 유노윤호는 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인기는 그 시대의 운이 더해진 약간의 거품 같은 거라고 봐요. 진짜는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고 오히려 더 빛을 내는 법이죠. 우리보다 잘하는 가수들이 많지만, 우리가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그 진정성을 팬들이 알아봐 주시는 것 아닐까요?”
전통의 뿌리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감각
얕은 유행이 걷힌 자리를 채우는 건 결국 매 순간 쏟아낸 땀방울과 진정성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치열한 고민은 비단 대중음악 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백 년 된 전통의 뼈대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히며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젊은 예인들의 발걸음 역시, 이 묵직한 ‘진정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026년 11월 29일,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원장 편장완) 음악과 정기연주회가 바로 그 생생한 현장이다. 저녁 7시 30분에 막을 올리는 이 공연은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부의 문을 여는 ‘수제천’부터가 파격적이다. 본래 관악 합주곡인 원곡에 가야금과 거문고 선율을 얹어 완전히 새로운 결의 소리를 뽑아낸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음악과 3학년 김민성 학생이 독주자로 나서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를 섬세하고 절제된 감정선으로 훌륭히 풀어내고, 가야금 및 해금 병창이 그 뒤를 탄탄하게 받칠 예정이다.
2부는 한층 더 규모를 키워 관현악의 향연으로 꾸며진다. 팽팽한 오디션을 뚫고 선발된 4학년 정홍주와 3학년 신비 학생이 각각 거문고 협주곡 ‘침묵’(김성국 작곡)과 해금 협주곡 ‘창룡’(강상구 작곡)을 연주하며, 젊은 해석이 가미된 탄탄한 기량을 뽐낸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곡은 미래의 땅 독도를 향한 염원을 담아낸 국악 관현악곡 ‘빛나는 나라’(손다혜 작곡)다. 당일 오후 6시 30분부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무료 티켓을 배부하는 이번 연주회는, 치열하게 국악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탐구열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유노윤호가 16년 차의 내공을 딛고 내놓은 어벤져스급 퍼포먼스나, 국악의 확장을 위해 부딪히는 한예종 학생들의 현악기 선율. 겉보기엔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그 밑바탕을 묵묵히 흐르는 건 끊임없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예술가의 고집이다. 나이나 장르의 장벽을 넘어 각자의 무대에서 증명해 내는 이들의 땀방울이 한국 예술의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