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하는 선율: 16년 만의 재회부터 전설적 명곡의 부활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선율: 16년 만의 재회부터 전설적 명곡의 부활까지

1만여 명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자 기어코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지난 9일, 팬들과 다 함께 노래를 부르던 김재중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곁에 있던 김준수가 그를 조용히 다독였다. 객석을 지키던 관객들 역시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함께 눈물을 훔쳤다. 이들이 눈물방울과 함께 부른 곡은 2008년에 발매된 동방신기 4집 스페셜 에디션 수록곡 ‘돈트 세이 굿바이’였다. 이별을 앞둔 연인의 애틋함을 담은 노랫말처럼, 김준수는 “이 노래를 부르면 너무 힘들다”며 짙은 감회를 털어놨다. 반면 김재중은 “여러분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미소를 짓고 싶었다”며, “과거가 그립고 슬프기보다는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16년 만에 다시 쓴 ‘동방신기’의 이름

무대 위 가수도, 지켜보는 관객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얽혀 있다. 시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노래가 발표된 이후 당시 동방신기 멤버였던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은 소속사와의 길고 씁쓸한 분쟁 끝에 제이와이제이(JYJ)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쪼개어 나와야만 했다. 이후 국내 방송 활동에는 큰 제약이 뒤따랐고, 어쩔 수 없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멤버 박유천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밟게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멤버들이 겪었을 아픔만큼이나 팬들의 마음고생 역시 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김재중(JAEJOONG)과 김준수(XIA)는 각자의 이름 알파벳을 딴 프로젝트 그룹 ‘제이엑스(JX)’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개최된 ‘제이엑스 콘서트 아이덴티티 인 서울’은 3회차 공연이 모두 매진되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이들의 막강한 티켓 파워를 고스란히 증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제이엑스라는 새로운 이름의 공연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상 동방신기의 무대나 다름없었다. 공연 중간중간 삽입된 솔로 무대를 제외하면 셋리스트의 대부분이 ‘라이징 선’, ‘넌 언제나’, ‘주문(MIROTIC)’, ‘허그’ 등 과거 동방신기의 굵직한 히트곡들로 촘촘히 채워졌다. 특히 앙코르 무대에서는 다섯손가락의 원곡을 리메이크해 큰 사랑을 받았던 ‘풍선’까지 울려 퍼지며 현장의 열기와 향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빚어낸 명곡들의 재탄생

이처럼 과거의 찬란했던 음악이 무대 위에서 팬들과 뜨겁게 호흡했다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간 시절의 전설적인 명곡들이 새로운 목소리를 입고 발매를 앞두고 있다. 특유의 호소력 짙은 음색을 지닌 가수 손태진이 오는 15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리메이크 EP ‘봄의 약속’을 선보이는 것이다. 발매에 앞서 12일 그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공개된 트랙리스트는 꽤나 흥미로운 기획으로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수록곡을 나열하는 평범한 방식 대신 십자말풀이 퍼즐 형태로 트랙들을 숨겨두어, 컴백을 기다리는 팬들이 직접 정답을 유추하게 만드는 재치를 발휘했다.

공개된 티저 이미지 속에서 손태진은 낡은 아날로그 브라운관 TV 앞에 편안하게 누워 레트로한 감성을 물씬 풍긴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앨범의 트랙들을 퀴즈로 풀어낸 크로스워드 퍼즐판이다. 퍼즐의 정답란 곳곳에는 그의 공식 팬덤명인 ‘손샤인’이 슬쩍 포함되어 있어, 앨범 발매를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그의 각별하고 다정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트랙리스트에 따르면 이번 ‘봄의 약속’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명곡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송창식의 ‘나의 첫 고백’을 시작으로 패티김의 ‘못 잊어’,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 최희준의 ‘하숙생’, 그리고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까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노래들이 담겨 있다. 성악과 트로트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손태진의 이른바 ‘크로스오버’ 강점이 원곡 본연의 깊은 감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새롭고 풍성한 음악적 울림으로 재탄생할지 벌써부터 대중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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