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12번째 7억 뷰 달성과 K-팝 소프트파워의 진화

방탄소년단(BTS), 12번째 7억 뷰 달성과 K-팝 소프트파워의 진화

또 하나의 금자탑, 식지 않는 글로벌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 수 7억 회를 넘어서며 변함없는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했다. 2021년 7월 9일 오후 1시(한국 시간)에 공개된 이래 약 4년 5개월 1일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DNA’, ‘작은 것들을 위한 시’, ‘Fake Love’, ‘IDOL’, ‘MIC Drop (Steve Aoki Remix)’, ‘Dynamite’, ‘피 땀 눈물’, ‘불타오르네’, ‘쩔어’, ‘Butter’, ‘Save ME’에 이어 통산 12번째 7억 뷰 뮤직비디오를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기록 행진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한 이른바 ‘군백기’에도 불구하고 팬덤의 결집력과 대중적 관심이 여전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병역 의무 이행,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략

다가오는 6월, 4년간의 투어 공백을 깨고 서울 무대에 다시 설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복귀 이상의 메시지를 던질 전망이다. 지난 2022년, 글로벌 인기의 정점에서 멤버 전원이 병역 특례 대신 입대를 택했던 결정은 당시 큰 화두였다. 소속사 하이브(HYBE) 역시 이 결정을 지지했지만, 일각에서는 경력 단절을 우려하며 사실상 ‘경력의 무덤’이 될 것이라 예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소프트파워란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당당히 감내할 때 더욱 강력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일반 국민과 동등하게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성과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까지 얻게 됐다. 이는 과거 엘비스 프레슬리가 절정의 인기에 군에 입대해 대중의 사랑을 더 깊이 받았던 사례를 연상케 한다.

소프트파워의 본질과 국가적 파급력

방탄소년단의 사례는 소프트파워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다. 문화적 영향력은 창의적인 개인과 기업에 의해 탄생하지만, 그 혜택은 결국 국가 전체로 귀결된다. 영국의 크리켓과 1960년대 록 음악 침공,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영화, 그리고 미국의 NBA와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가 그랬듯, 소프트파워는 경제력이나 군사력 못지않게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이제 한국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문화 강국 대열에 확실히 합류했다. 그들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장이 되고 있다.

성공의 이면, K-팝 생태계가 풀어야 할 과제

하지만 멤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동안, 정작 그들을 탄생시킨 K-팝 산업 생태계가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역설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는 능숙하지만, 막상 그 성공이 거대해지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거나 성공의 주역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현재 하이브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직면한 감시와 규제 논란은 이러한 맥락에서 우려스럽다. 한국의 문화적 우위는 정부의 치밀한 계획이 아닌, 창작자들의 야망과 치열한 상업적 승부수, 그리고 실험을 허용하는 규제적 여백에서 비롯되었다. 자카르타나 상파울루의 10대들이 한국 노래를 듣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의 과감한 투자와 글로벌 유통망이 필수적이다. 성공한 기업을 압박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제2의 방탄소년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제는 한국이 가진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키워나갈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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