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2일, 전설적인 록 음악 프로듀서 로이 토머스 베이커가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소식은 10일이 지난 후에야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음악계에서 그가 남긴 흔적은 이미 지워질 수 없을 만큼 깊다.
10대 시절부터 스튜디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커는 런던 소호의 트라이던트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곳에서 그는 무명의 록 밴드였던 퀸(Queen)과 인연을 맺었고, 그들의 세계적인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다음은 베이커의 제작 역량이 돋보였던 열 장의 앨범들이다. 이 앨범들은 단순한 히트작을 넘어, 록 음악의 흐름을 바꾼 작품들로 평가받는다.
1. 더 다크니스 – One Way Ticket to Hell…and Back (2005)
2003년 데뷔 앨범 Permission to Land로 주목받은 영국 밴드 더 다크니스는 후속작을 위해 베이커에게 손을 내밀었다. 상업적 성과는 첫 앨범에 미치지 못했지만, “One Way Ticket”과 “Hazel Eyes” 같은 곡에서 그의 화려한 사운드 감각이 살아났다.
2. 칩 트릭 – One on One (1982)
1980년 비틀즈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의 작업이 미지근했던 칩 트릭은, 2년 뒤 베이커와 함께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다. “She’s Tight”와 “If You Want My Love”는 MTV에서도 사랑받은 히트곡으로 남았다.
3. 스매싱 펌킨스 – Zeitgeist (2007)
베이커는 70~80년대 록에 국한되지 않고,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에도 참여하며 음악적 폭넓음을 보여줬다.
4. 디보 – Oh No! It’s Devo (1982)
퀸과의 작업 이후 베이커는 미국 뉴웨이브 밴드들과의 협업을 이어갔다. 그 중 디보와의 다섯 번째 앨범은 과소평가된 작품이지만, 신시사이저 기반 록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5. 더 카스 – Candy-O (1979)
더 카스는 전자음과 록의 결합을 대표하는 미국 밴드 중 하나다. 베이커는 이들의 초기 4개 앨범을 프로듀싱했으며, 특히 Candy-O에서는 “Let’s Go”와 타이틀 곡에서 그 진가가 드러났다.
6. 저니 – Infinity (1978)
초기에는 프로그레시브 록과 재즈 퓨전에 가까웠던 저니는 베이커의 도움으로 보다 대중적인 팝 록 사운드로 전환했다. “Lights”와 “Wheel in the Sky”는 그 전환의 성공을 보여주는 대표곡이다.
7. 퀸 – Sheer Heart Attack (1974)
퀸과 베이커의 첫 번째 대성공작 중 하나인 Sheer Heart Attack은 “Killer Queen”과 “Now I’m Here”로 영국 차트 2위를 기록하며 밴드의 인지도를 한층 높였다.
8. 퀸 – Queen II (1974)
퀸의 두 번째 앨범에서 베이커는 다층적인 사운드 구조를 완성했다. “Ogre Battle”과 첫 영국 톱10 싱글 “Seven Seas of Rhye”는 퀸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각인시킨 곡들이다.
9. 더 카스 – The Cars (1978)
릭 오케이섹이 이끄는 더 카스는 “Just What I Needed”, “My Best Friend’s Girl”, “Good Times Roll” 등의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이들을 프로듀싱한 인물도 역시 베이커였다.
10. 퀸 – A Night at the Opera (1975)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앨범 중 하나인 A Night at the Opera. 퀸과 베이커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Bohemian Rhapsody”를 포함해 록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를 만들어낸 명반으로 남아 있다.
로이 토머스 베이커는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록 사운드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제작자였다. 그의 손을 거친 앨범들은 지금도 수많은 뮤지션과 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